“잔소리 탈출, 극장으로”…추석 영화 4색 상차림

추석엔 뭐니 뭐니 해도 영화다. 기름진 음식을 한껏 먹고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난 후 누군가의 잔소리를 피해 극장으로 향하는 패턴,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가.

올 추석에는 무슨 영화를 보는 게 좋을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형형색색의 추석 영화, 입맛대로 취향대로 골라보자.
이미지◆ “추석엔 ‘타짜’지!”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보장된 재미를 쫓는다면 ‘타짜’라는 브랜드를 믿어보자. 최동훈이 연출하고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이 주연했던 ‘타짜'(2006) 이후 무려 13년 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히트 시리즈다. 이번 추석에는 세 번째 이야기 ‘타짜: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을 만나볼 수 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한판에 올인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정민, 이광수, 임지연, 최유화, 우현이 주연을 맡았다.

일단 재밌다. 2시간 20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은 영화에 진입하는 순간 잊게 된다. 1편과 마찬가지로 챕터 구성을 선택해 여섯 캐릭터를 흥미진진하게 엮어냈다.
이미지스크린에 부활한 짝귀의 아들 도일출의 이야기는 동시대적인 눈높이와 감성을 더했다. 도일출은 흙수저 공시생이다. 박정민이 가진 외모의 평범함이 연기의 특별함과 만나 도일출을 우리 옆에 있는 청년으로 재탄생 시켰다. 도박의 늪에 빠진 공시생이 어떻게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성장하는지를 따라가 보자.

‘자유 영혼’ 류승범도 스크린에 돌아왔다. 도박판의 설계자 애꾸를 연기한다. 연기하는 것 같지 않는 연기, 자신의 캐릭터를 영화 속 캐릭터에 녹여내는 류승범의 재주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멋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전설이 된 1편과 비교 당해 욕을 먹곤 하지만, ‘타짜’ 시리즈는 매 작품 감독만의 개성과 배우들만의 색깔을 잘 입혀왔다.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면 안 끌린다고? 일단 보고 나서 욕하자.
이미지◆ “마동석 액션 한 방이면 충분해”

마동석이라는 이름은 이제 액션의 다른 말로 들리기까지 한다. 이번에도 액션 영화다. 2014년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영화판 ‘나쁜 녀석들:더 무비'(감독 손용호)로 추석 극장가를 공략한다.

‘나쁜 녀석들:더 무비’는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한번 뭉친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마동석과 김상중은 TV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박웅철과 오구탁을 연기한다.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 고유성(장기용)과 곽노순(김아중)이 등장해 나쁜 녀석들의 팀플레이를 완성했다.
이미지공짜로 봤던 TV 드라마를 굳이 돈 주고 볼 이유가 있을까? 만족도에 대한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킬링 타임용 액션 영화로는 기대치를 충족할 영화다. 마동석표 영화의 특징인 휘몰아치는 액션과 뜬금없이 터지는 유머가 공존한다.

이 작품 역시 ‘타짜:원 아이드 잭’과 마찬가지로 팀을 이뤄 상대를 무너뜨리는 구성이다. 마동석과 김상중은 TV드라마 속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고, 장기용과 김아중은 자신의 매력을 투영한 듯한 캐릭터로 팀 내에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로 여심을 공략했던 장기용이 장기인 액션을 선보이며 남성적 매력을 뿜어낸다.

‘나쁜 녀석들이 더 나쁜 녀석들을 잡는다’는 단순 명료한 카피처럼 쉽고, 가볍고 유쾌한 영화다.
이미지◆ “차승원이 다시 웃긴데”

‘추석엔 코디미지!’라고 생각하는 관객에게는 코미디의 왕으로 군림했던 차승원의 신작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추천한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이 만나 특별한 추억을 쌓아가는 코미디 영화.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를 통해 관객의 배꼽을 빠뜨렸던 차승원이 무려 12년 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코미디 영화로 보이지만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철수가 지적장애인이 된 사연에 국민적 아픔을 녹여냈다. 초반과 중후반의 극의 온도가 급변한다는 점에서 조금 톤이 안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웃음과 눈물을 다 맛볼 수 있는 영화다. 특히 후반부에는 강렬한 눈물 폭탄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이미지
‘럭키’를 만들었던 이계벽 감독과 차승원의 코미디 궁합은 좋은 편이다. 좋은 의도와 의미의 영화가 재미까지 획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음과 눈물의 조화를 통해 그날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은 시도를 했다.

‘타짜:원 아이드 잭'(청소년 관람불가), ‘나쁜 녀석들:더 무비'(15세 관람가)와 비교해 등급 문턱이 가장 낮은 12세 관람가다. 온 가족이 손잡고 극장에 가서 웃고 울다 나올 수 있는 영화다.
이미지◆ “뻔한 오락 영화 말고 뭐 없어?”

있다. ‘벌새'(감독 김보라)와 ‘우리집'(감독 윤가은)이다. 제목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잡히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족도를 보장한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섰을 때 “좋은 영화 한 편 봤구나”하는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수작들이다.

‘벌새’는 15살 중학생 은희를 중심으로 한 성장 드라마다. 평범한 소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만나게 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1994년으로 특정하고 있지만 동시대의 이야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보편적인 이야기가 영화라는 매체가 만나 빚어낼 수 있는 마법의 순간이 이 영화엔 있다.
이미지‘우리집’은 ‘우리들'(2015)을 만든 윤가은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관객의 기대치를 높이는 작품이다.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 불리는 윤가은 감독이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아이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우리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관계 맺기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우리집’은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두 영화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멀티플렉스 극장보다는 특별한 멋이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명필름 아트센터, 씨네큐브, 아트나인,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부산), 동성아트홀(대구), 광주극장(광주),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강릉) 등 극장을 넘어 문화 공간의 특징까지 갖춘 곳에서 메마른 감성에 물을 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