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매매혼’인 국제결혼 중개업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최근 전남 영암에서 일어난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사건을 계기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문제가 부각된 가운데,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국제결혼 중개업이 문제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990년대 초반 농촌에서 신부를 구하지 못하는 남성이 늘어나자 ‘농촌 총각 결혼시키기’ 사업을 한다며 국제결혼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외국인 신부 데려오기’를 담당했고, 2006년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노총각 혼인사업 지원 조례’ 등을 제정해 국제결혼을 하면 1인당 수백만원을 주는 등의 지원 정책을 폈다. 이러한 행정주도형 국제결혼 모델은 1980년대 한국과 같은 문제를 겪은 일본이 필리핀 여성들을 데려와 농가 후계자들의 결혼 문제에 대응한 사례를 본뜬 것이었다.

하지만 이윤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중개업체들이 ‘사실상 매매혼’을 주선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2012년 ‘결혼중개업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10명 정도의 한국인이 현지 여성 수백명 중에 배우자를 ‘찍는’ 식으로 ‘다수 대 다수’가 만나는 집단맞선, 한국 남성 1명이 20∼30명의 현지 여성을 한 공간에서 본 뒤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찍는’ 식의 ‘일 대 다수’ 소개 방식이 금지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이런 금지된 맞선이 이뤄진다. 2017년 여성가족부의 ‘국제결혼중개업 실태조사 연구’(내국인 이용자 1010명, 결혼이민자 514명 설문조사)를 보면, 여전히 ‘다수 대 다수’(이용자 1.7%, 이민자 2.4%) 및 ‘일 대 다수’(이용자 10.0%, 이민자 11.3%) 맞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용자의 40.4%, 이민자의 53.1%는 이러한 맞선의 ‘불법성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4일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29.2%는 맞선 뒤 1일차에 결혼식을 올렸고, 20.9%가 2일차에 결혼했다. 맞선 당일 부부가 된 비율도 2.5%였다.

이런 식으로 맺어진 부부관계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의 배경이 된다. ‘비싼 돈을 주고 사 왔는데 왜 내 맘대로 못 하느냐’며 일부 남성들이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한다는 것이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의 매매혼적 성격은 한국인 남성이 외국인 배우자를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상담소장 역시 “중개업체 등을 통한 국제결혼의 경우 단기간에 결혼이 이뤄지다 보니, 부부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거나 신뢰를 쌓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한국인 배우자는 부인의 체류 연장을 위한 협조를 ‘통제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고, 이주여성은 가정폭력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함께 대표적인 결혼이민자 유입국으로 꼽혔던 대만은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상업성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매매혼의 폐해를 줄이고자 했다. 대만은 2007년 12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상업적 성격의 국제결혼 중개업을 제한하고 비영리 사단법인 등의 국제결혼 중개만 허용하는 정책을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2014년 전국 449개에 달했지만, 같은해 결혼비자 발급 심사가 강화된 뒤 2015년 403개, 2016년 362개, 2017년 366개로 줄어드는 추세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7월 현재 이주여성의 ‘혼인귀화’ 심사 기간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할 경우는 약 10개월, 그렇지 않을 경우엔 18개월로 두배가량 차이가 난다”며 “한국인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유무에 따라 귀화 심사기간을 차별한다는 건 정부가 이주여성을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