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


 

#1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헤이리’라고 누군가가 언급했습니다. ‘가장’이나 ‘최고’같은 최상급 수식어나 ‘***보다’같은 비교급 말을 좋아하지 않는 저는 이 말이 등장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모티프원 옆 작은 동산 숲속에서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수식어 속의 그 ‘가장’은 개발 욕심을 줄인 그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헤이리는 택지 조성이 이미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원형지 그대로를 구입해 어느 곳에, 얼마쯤의 집을 앉히고 어디를 그대로 둘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택지화 하지 않는 많은 공유지를 먼저 할당했습니다. 

그 결과 노을 동산을 비롯한 작은 산들과 갈대늪같은 소택지가 인공화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 필지도 반 이상을 건물로 채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건물 높이도 모티프원이 자리한 게이트 커뮤니티 지역은 2층, 다른 문화비즈니스 지역은 3층을 넘지 못하도록 약속했습니다. 그 결과 약 70%가 녹지인 상태가 될 수 있었고 어느 곳에서나 낮은 산에 시선이 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티프원에서 불과 100m을 왔을 뿐인 아침 숲속은 마치 먼 곳의 여행지처럼 달랐습니다. 그곳은 21년 전 헤이리 마을이 들어서기 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50년, 100년 전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입니다.

눈앞에 필경 지난여름에 2세를 키워냈을 새 둥지가 있고 키 큰 참나무 끝에는 아침 모임에 나간 까치들의 까치집이, 그리고 그 숲 아래에 헤이리 사람들의 집이 보입니다.

 

 지난여름 2세를 끼워내고 떠난 여름새의 빈둥지, 그너머에 토박이새 까치집, 그 너머에 사람의 집, 헤이리. 헤이리마을이 만들어지고 2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숲과 새,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사들인 땅의 많은 부분을 숲으로 둔 선택때문이다
 지난여름 2세를 끼워내고 떠난 여름새의 빈둥지, 그너머에 토박이새 까치집, 그 너머에 사람의 집, 헤이리. 헤이리마을이 만들어지고 2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숲과 새,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사들인 땅의 많은 부분을 숲으로 둔 선택때문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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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눈을 돌리자 모티프원 지붕너머로 임진강이 보이고 그 강너머의 북한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

 

 겨울숲의 진경은 가지만 남은 나무의 숨죽인 단출함과 하늘의 푸른 서늘함이 만들어내는 조화이다.
 겨울숲의 진경은 가지만 남은 나무의 숨죽인 단출함과 하늘의 푸른 서늘함이 만들어내는 조화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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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들어 세 번째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 포슬눈으로 내렸지만 나뭇가지 위에서는 눈꽃이 되었습니다. 시선을 서재 밖으로 두고 날리는 눈을 지켜보고 있자니 눈덩이 같은 것이 정원에 내려 앉았습니다. 장끼였습니다. 정원을 가로질러 걸으며 먹이를 찾았습니다.

 

 정원으로 날아든 장끼. 그가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한다.
 정원으로 날아든 장끼. 그가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한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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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작살나무에는 수십 마리의 참새가 쑥새와 더불어 휴식했습니다. 이렇듯 공존은 내 것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들이는 일임을 자연은 때로는 선물로, 때로는 꾸짖음으로 일깨워줍니다.

  

 서재앞 좀작살나무는 참새들이나 딱새, 직박구리들의 놀이터입니다.
 서재앞 좀작살나무는 참새들이나 딱새, 직박구리들의 놀이터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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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구조물로만 채워진 양보 없는 헤이리가 아님이 참 다행입니다. 헤이리 안에서 여전히 온갖 생명들이 함께 잠들고 함께 일출을 맞으며 공존할 수 있는 생태적 배려, 이 말 앞에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덜 부끄럽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