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보아야 할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11월말에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립니다. 소위 조건만남, 원조교제라 불리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입니다. 전시를 앞두고 홍보에 여념이 없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 전시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작년에 일본 Colabo(콜라보)가 저희 기관을 방문했는데 콜라보에서 2016년부터 ‘나는 팔렸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등학생 이미지를 활용해서 성적으로 판매하는 ‘JK(여자 고교생이란 뜻의 일본어의 앞글자를 약자로 쓴 것)비즈니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한 전시로, JK비지니스에 이용된 아이들과 작가들이 공동작업을 해서 ‘나는 팔렸다’라는 이름의 사진전이었어요. 그때 함께 온 일본 분들이 십대여성인권센터와 같이 전시회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가 매년 6회 정도 캠프를 운영하면서 집단상담 작업을 통해 나온 아이들의 작품이 있었고, 일대일 개별심리상담을 예술치료로 하니까 거기서도 아이들 작품이 많이 있었는데, 그 동안 그 작품들을 전시할 생각은 못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일본에서 공동전시회를 제안하니까 아이들 작품을 전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작품을 통해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십대 아이들의 몸이 성적으로 소비되는 현실,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 산업이 점점 커져가는 실태에 대해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 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아이들이 자신들의 작품이 세상 밖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자신들을 축하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확인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준비했습니다.”

– 1년 가까이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생각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피해자의 아픔을 드러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누군가의 상처와 슬픔을 드러내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시 준비팀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슬픔과 아픔을 주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전시회를 목적으로 슬픔과 아픔을 드러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거죠.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드러내려면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서 기획 자체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일본 콜라보의 전시가 ‘나는 팔렸다’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의 피해상황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는 일본과 비슷한 현실이지만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어요. 슬픔과 상처라는, 굉장히 사적인 부분이 드러나는 작품은 전시에서 많이 뺐어요. 십대여성인권센터와 같은 좋은 어른, 좋은 사회를 만났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성착취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적인 환경과 구조를 드러내려 했습니다.

아이들 작품 중에서는 상처와 아픔이 있지만 ‘오늘’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을 많이 고른 것 같아요. 그리고 동시에 ‘연대’의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은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비가시화시키려는 풍토가 있잖아요. 격리시키고 배제하고 없는 존재로 만들려는 암묵적인 분위기나 문화에 대해 “Here I am”이라고 외치는 거죠.

그런 아픔과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여기 있다고. 지금의 성착취 구조가 계속되는 한 이 아이들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걸 당사자들의 삶으로 드러내고, 더 나아가 그 옆에 그들을 지키고 함께 하는 우리가 너희 옆에 있다는 의미로 “Here We are”를. ‘연대’와 ‘참여’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1년 정도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이렇게 전시의 의미가 새롭게 정리되었습니다.”

   


   
– 어떤 분들이 이 전시를 보면 좋을까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이 전시에 꼭 오라고 이야기해요. 솔직히 남녀노소 나이불문 모든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입법을 하는 사람들, 정책을 시행하는 사람들, 연구하는 사람들도 와서, 단순히 ‘아동 성착취 문제가 심각해’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체험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 센터에 오는 아이들에게 전시회에 꼭 오라고 말을 해요. 공식적으로 초청장을 보내겠다고도 이야기했어요. 자신의 작품이 전시가 되든 그렇지 않든 이 전시회에 담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전시회에 꼭 왔으면 좋겠어요.

전시에는 이 친구들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참여했지만, 본인들이 직접 전시회에 와서 작품을 보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아이들이 전시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까,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사실 저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장 기대가 돼요. 본인들이 표현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는 거지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가 여대잖아요. 젊은 여성들이 많이 와서 이 실태에 대해서 많이 논했으면 좋겠어요. 본인들의 현재 이야기일 수도 있고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전시회에 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그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현실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조진경 대표의 말대로 이번 전시가 당사자 아동․청소년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관람하는 모든 분들에게는 ‘연대’와 ‘참여’의 장이, 우리 모두에게 지금과는 다른 현실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시회 포스터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Here I am, Here We are"는 11월 28일부터 12월 9일가지 이화여자대학교 대산갤러리에서 열린다.
▲ 전시회 포스터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Here I am, Here We are”는 11월 28일부터 12월 9일가지 이화여자대학교 대산갤러리에서 열린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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